안녕하세요.
리얼월드 속 인 터랙티브한 콘 텐츠를 기획하는 🌽인콘팀의 기획자 BEE 입니다.
여러분. '이머시브'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이머시브( Immersive) 란 액체에 무엇을 담근다는 것을 의미 하는데요. 관객을 몰입 하게 하는 극이라는 뜻입니다! 배우가 관객에게 말을 걸거나 혹은 관객이 극의 스토리를 바꾸는 등의 새로운 연극 방식입니다.
이번에 기획자들이 체험하고 온 콘텐츠는 바로 이머~시브를 공포로 표현해낸 작품 <다크필드> 3부작입니다.
https://youtu.be/E0QOLL4gK7w
이날도 합법적 법카 사용에 신난 기획자 4명이 강서구에 위치한 LG아트센터 서울로 향했습니다.
"깜깜하게 해놓고 뭐 소리 좀 나고 말겠지~"
"너무 시시한 거 아냐?"
라며 얕잡아봤던 기억이 나네요. 돌아간다면 그런 저를 비웃어주고 싶습니다. (기저귀 챙겨가...쫄보야.)
"얼마나 좋아... 아무것도 못 느끼고, 그러면서 살아 있다는 인정은 다 받고."
커트 보니것, <제5도살장>
침대 기차에 대한 로망을 채워줄 것만 같은 공간이 저를 맞이했습니다.
몸 하나 간신히 눕힐 수 있는 침대와 헤드셋, 그리고 약.
'하얀 알약을 삼키라는 안내방송에 저는 조금의 두려움을 참으며 약을 삼켰습니다. 점점 어두워지는 조명과 바스락거리는 침대. 마침내 조명 불이 꺼지고 어둠이 찾아옵니다. 숫자를 10부터 거꾸로 세는 목소리. 그리고 천천히 무언가가 복도 사이를 거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가위눌린 기분이었어요.
어디선가 찬 바람이 휙 불어와 뺨을 간지럽히고,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르고, 헤드셋에서는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마치 정말로 코마에 걸려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느낌이었죠!
참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쯤 불이 다시 켜졌습니다. 30분이... 이렇게 길었던 가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신을 파괴하는 일입니다.
미신은 인류의 행복을 방해하며, 인간의 심장에 독니를 박아 넣는 끔찍한 독사와도 같습니다. 제가 살아있는 동안, 이 괴물을 없애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행할 것입니다."
버트 그린 잉거솔, 1886
COMA는 예고편에 불과했습니다.
안내 음성에 따라 아까와 같이 헤드셋을 끼고
발을 땅바닥에 붙이고 손은 책상에 올려둔 채로 진행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출입구 쪽에서 문 닫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던 찰나 헤드셋 반대편에서 더 큰 굉음이 '쾅!' 울리더니 극이 시작되었습니다. (연출이 너무 호달달 무서웠어요;;;나갈뻔;;;;)
'제각기 목적을 가지고 배에 오른 사람들.
사랑하던 연인, 가족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 해서는 안 될 의식을 치르게 되는데..!'
누군가 테이블 위를 걸어 다니는 듯한 연출과 배에 부딪혀서 돌아오는 메아리가 너무 실감이 났어요. 영혼을 불러오던 남자가 제 옆까지 와서 '믿는지 믿지 않는지'를 물어보며 사람들을 다그치는데 저도 모르게 몸을 웅크렸습니다. 저 멀리서 울리던 목소리가 갑자기 옆으로 와 귀에 속삭일 때 느껴지는 공포란!
컨테이너 내부가 좁고 긴 편이라 더 으슥하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있을 때는 몰랐는데 내부 벽지가 저런 모양이었더라고요!
(주위를 둘러보지도 못할 만큼 무서웠다는 이야기...)
+) 다른 기획자분이 장난으로 제 손을 잡아보려고 하셨다던데... 만일 그러셨다면 저는 이 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깰꼬닥)
“승객 여러분, 탑승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우리 비행기는 이륙에 앞서 기내 안전 방송을 들려 드릴 예정이니 집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비행 중 갑작스러운 객실 압력 상승 시에는 다른 시나리오가 제공될 예정입니다. 가시는 곳이 어디든 간에, 우리 비행기는 승객 여러분의 최종 목적지를 보장할 수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FLIGHT 내 안내방송
FLIGHT는 가장 철학적인 콘셉트였습니다.
(기획자 ONZE: 당장 분석해 봐야겠어요!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생각나는군요!)
(기획자 BEE: ???? 개 무서워 ㅎㄷㄷ 살려줘 엄마)
'어느 세계의 '나'는 비행기에서 안전하게 내려 집에 가지만 다른 세계의 '나'는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다. 당신의 운은 과연 어느 쪽일까.'
4명의 기획자가 받은 항공권은 모두 D나 E 쪽이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ABC 좌석이 따로 없이 반쪽만 있더라고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극은 시작되고 깜빡거리며 암전 되는 순간 파란색이었던 커튼이 빨간색으로 그리고 거울로 변하는 게 보였습니다.
네! 그러니까 나머지 ABC 쪽 좌석은 거울에 비친 DEF 좌석이었던 거예요! (연출자 천재)
좁은 컨테이너로 어떻게 비행기를 구현했을지 궁금했는데 너무나 영리한 선택이었습니다.
그 밖에도 한쪽에서는 기장이 안내방송으로 '우리는 무사히 가고 있다.'와 같은 무전을 하다가 한쪽에서는 '당신은 운이 없군. 곧 죽을 거야.'라는 식으로 귓가에서 속삭여서 공포감을 한층 더했습니다.
저는 운 좋게 10E에 앉게 되어서 양옆에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덜 무서웠냐고요? 그랬겠어요?
왠지 모르게 자꾸 모든 사람이 다 나가고 저 혼자 덩그러니 남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중간에 옆 사람 손잡으라는 방송이 나와서 저도 모르게 손을 내밀 뻔한 건 비밀.
(전반적인) 소감은 말이죠... 스탑바뚜비두밥
1. 인력 리소스 활용
안내해 주는 사람만 있고, 모든 공연은 3D 사운드와 후각, 촉각을 자극하는 장치로만 진행되더라고요.
즉, 사람은 없지만 마치 있는 듯한 효과를 제공하는 거죠.
2. 기술 사용
소리: 3D 사운드가 아주 독보적이었습니다. 특히 한국말로 나와서 어색할 줄 알았는데 성우 목소리가 좋아서 더 몰입하게 되었어요.
조명: 순간순간 번쩍이는 조명을 잘 활용하여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효과를 줬어요. (ex. 플라이트에서의 번개 효과, 좌석 표시등)
영상: 플라이트 시작 부분에 실제 배우가 등장하여 두 세계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줬던 게 인상 깊습니다. (한 세계에서는 평범한 안내 영상, 다른 영상은 기괴하게 변한 영상)
3. 좌우대칭의 공간
코마는 3층 침대를 좌우로 빼곡하게 배치하여 여러 명의 인원을 들어올 수 있게 기획되었고, 고스트쉽이나 플라이트 역시 서로 마주 보거나 거울을 두어 더 넓어 보이면서 불안감을 증폭시켰습니다.
4. 소품 활용
코마에서 머리맡에 놓여있던 알약이나 고스트쉽 좌석에 적힌 경고문, 플라이트의 안내서
-> 자잘해 보이지만 몰입 경험을 더 극대화하는 장치였습니다.
'와, 시각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무서울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이머시브(관객참여형)라고 하면 늘 거창하고 화려한 쇼를 떠올렸는데요 <다크필드> 3부작을 체험하면서 어쩌면 사람을 가장 몰입하게 만드는 건 '제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발짝 떨어져서 관객으로서 극을 관찰하는 게 아니라
조급하고 무섭고 낯설어서 나도 모르게 극 안에 빨려 드는 이머시브극 <다크필드>!
리얼월드에서도 언젠가 이머시브극을 볼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 열심히 다른 인사이트를 찾아 헤매봐야겠습니다.
다음에 또 다른 인사이트 합법적 법카 사용기 로 만나요~
안녕 히 계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