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니크굿 경험트렌드레터입니다.
이번 주는 한국에서만 3,000억 원의 시장 규모가 예상되는 '추리' 장르 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범인, 그리고 범인을 쫓는 탐정. 이러한 사건과 프로파일링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왜 매년 추리게임 시장이 커지고 있는 걸까요?
로맨틱한 영화를 보면 만족감을 느끼는 것처럼 , 추리장르의 발달로 인해 내가 직접 사건을 수사하는 탐정이 되어볼 수도, 범인이 되어볼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추리하는 두뇌활동을 통해 재미를 느끼는 이들의 놀이문화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네가 내기에 져서 심부름을 갔다. 한참이 지나도 지네가 돌아오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잠시 생각해 봅시다. 이유가 뭘까요? 단순히 '지네의 걸음이 느렸기 때문' 이라고 설명하면 재미가 없습니다. 이미 예상하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지네는 스물세 번째 신발 끈을 묶고 있었기 때문에 출발조차 못 한 상태였다.' 라고 한다면? 오! 지네가 신발을 여러 켤레 신어야 한다는 예상치 못한 정보가 들어와서 좀 더 재밌지 않나요?
이렇게 우리의 두뇌에서는 예상치 못한 정보에 의해 인지적 간격을 적절하게 메우는 과정에서 우측 전두엽이 격렬히 반응합니다. 사실 '재미'에는 2가지 종류가 있는데, 첫 번째는 위의 문제처럼 예상과 다른 무언가를 발견하며 놀랄 때 만족감을 느끼는 인지적 재미(추리의 재미) 이고, 두 번째는 어떤 상황을 떠올리며 '낄낄'거리게 되는 정서적 재미(상상의 재미) 입니다.
앞선 문제에서 지네가 돌아오지 않은 이유가 '지네가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라고 했을 때, 우리의 두뇌에서는 우측 전두엽과 함께 시각영역을 탐지하는 전대상회가 활성화됩니다. 이렇듯 추리와 상상을 통해 우리의 뇌는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이죠.
추리 장르도 이러한 두뇌의 자극을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발전했습니다. 처음으로 고대 그리스의 극장에서 신화를 바탕으로 한 공연이 펼쳐질 때, 살인, 추적,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는데요, 본격적으로 추리 장르가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영국에서였습니다. 이 당시 영국에서는 셜록 홈즈 시리즈로 유명한 아서 코난 도일과 에드거 앨런 포 등의 추리 소설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추리 장르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게 되었죠. 이로 인해 추리 장르를 소재로 한 게임들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최초의 추리 소설,
"The Murders in the Rue Morgue"
한국어로는 <모르그 가의 살인사건>이라고 불리는 이 책은 최초의 추리소설 로 여겨집니다. 1841년 4월 20일, 에드거 앨런 포가 발표한 소설로, 탐정과 1인칭 화자, 밀실 미스터리, 그리고 최후에 범인을 밝히는 모습이 현대 추리 소설의 원형을 제공했다고 해요.
그렇다면 전세계적으로 추리소설 및 게임이 발달하게 된 배경을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미국에서 시작... 영국과 일본으로 이어진 추리 열기
에드거 앨런 포의 계통을 이어 아서 코난 도일 과 애거서 크리스티 와 같은 영국의 추리소설 대가들이 등장했습니다. 아서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 로 유명한데요, 아마 '탐정'하면 셜록 홈즈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아서 코난 도일은 본업이 의사였다고 합니다. 병원에 손님이 너무 없어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대박이 터진 거죠. 의사 선생님이 심심해서 만들어낸 캐릭터 셜록 홈즈, 이렇게까지 유명해질 줄 알았을까요?
조금 더 현대로 오면, 미국에서는 'CLUE(클루)' 라는 추리 보드게임이 출시되었는데,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지금까지도 많이 플레이되고 있습니다. 만화 강국 일본에서는 '명탐정 코난' 이 흥행하며 100권이 넘는 단행본과 25개가 넘는 애니메이션이 시리즈로 개봉했어요. 우리나라 추리 마니아들도 만화책 코난은 한 번씩 읽어봤을 거예요.
이제 '책'이 아닌 '게임'으로 즐기는 추리 장르
1900년대까지는 "나 추리 장르 좋아해!" 하면 당연히 추리소설이나 추리영화를 좋아하는 것으로 간주하였고, 많은 수의 도서 및 미디어 작품들을 접해본 경험이 자랑스럽게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과거에는 할 수 없었던 내가 주인공이 되는 몰입 경험 을 제공하는 플레이어블 게임 형태 로 추리 장르가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추리'라는 행위의 특성상, 좀 더 능동적이고 자유로운 형태의 즐길 거리가 필요해진 것이죠. 대표적인 추리 게임으로는 1986년에 처음 등장한 '마피아 게임', 여기에 여러 가지 특수 역할을 첨가한 '타뷸라의 늑대', 보드게임 '레지스탕스 아발론'과 '뱅', 코로나19 시기에 폭발적인 인기를 끈 '어몽어스' 등이 있습니다.
이 게임들은 다수의 선한 약자가 소수의 악한 강자를 이겨야 하는 '비대칭 멀티플레이어' 장르의 성격을 띠는데요, 약자(다수)팀 플레이어는 서로 협력하여 강자(소수)팀 플레이어를 저지하거나 도망가야 하며, 강자(소수)팀 플레이어는 약자(다수)팀 플레이어를 처치하거나 서로 협동할 수 없도록 방해해야 합니다. 이때, 약자팀 플레이어의 목표는 강자팀을 쓰러뜨리거나 일정 시간 내에 탈출 또는 살아남는 것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공포 장르 또는 생존 장르 로 구현되는 경우가 많고, 비대칭적이라는 특성상 밸런스를 맞추기 매우 어려운 장르입니다. 모든 추리 장르가 그렇듯, 밸런스가 좋은 작품 은 호평받기 마련이죠.
한국에서는 '크라임씬'이 인기를 끌다
전세계적으로 추리게임이 성행하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특히 '크라임씬' 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는데요, 이는 2014년부터 방영한 JTBC 예능 프로그램 때문입니다. 아나운서, 감독, 배우 등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여 "모두가 탐정이며, 모두가 범인이다"라는 컨셉 아래 열연을 펼치며 마피아 게임을 진행합니다. 예능을 보는 시청자의 재미는 두 갈래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연기'를 보는 재미, 두 번째는 '추리'를 보는 재미입니다. 출연하는 연예인을 좋아해서 크라임씬을 보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연기와 예능감, 외모 때문에 유입되지만 이내 흥미진진한 추리게임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시즌 3이 나올 때쯤엔 "추리 잘할 것 같은 연예인을 캐스팅해달라" 는 요청이 빗발친 것도 놀랍지 않죠.
VR로 사건 발생 현장을 탐색하다
2024년 1월, 디즈니 연구소에서 움직일 수 있는 VR 홀로 타일을 발명한 것 아시나요? 가상현실의 큰 문제 중 하나는 행동반경이었는데요, 이 가상현실 홀로 타일(HoloTile)은 여러 사람이 서로 충돌할 위험 없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해줍니다. 이번 공개된 발명품을 통해 개인은 VR 경험이 이끄는 모든 방향 또는 어디를 가든 제약 없이 걸을 수 있어 더욱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고 디즈니는 밝혔어요. 사용자들은 충돌하지 않고 어느 방향으로든 무제한으로 거리를 걸을 수 있어, VR 체험에 더욱 몰입할 수 있어요.
이러한 VR 기술과 추리게임이 합쳐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수동적으로 읽는 추리소설이 영화와 예능으로 발전했고, 이제는 추리게임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끔찍한 살해 현장이나 범인이 남긴 자그마한 흔적 까지 VR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면 추리게임은 한 번 더 새로운 시대를 맞지 않을까요? '사건의 재구성'이라는 추리게임에서도 VR을 활용하는데, 발전된 기술로 단서 획득 방식을 고도화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4년, 한국에서만 3,000억 원 규모의 시장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년 게임산업백서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추리게임 시장 규모는 약 2,000억 원이었고,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2024년 올해는 3,000억 원 이 넘는 규모의 시장이 예상되는데요, '어몽어스'와 '마피아42'같은 모바일 추리게임 앱이 순위권에 들고 디스코드, 오픈채팅방, 문토 등의 온라인 소셜링 앱 의 사용량이 증가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온라인으로 모여서 장난을 치기도 하고, 입씨름하기도 하며 마치 오랜 친구처럼 재밌게 놉니다.
사회는 더욱 개인화가 되었지만, 온라인으로는 더욱 연결되고 있는 세상,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제 목소리만 듣고 사귄다
사람들은 추리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스피커와 마이크를 연결해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변경하며 연기합니다. 이때, 카메라는 생략됩니다. 말로만 이뤄져도 게임 진행에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죠. 이렇게 온라인으로 소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얼굴을 모르는 채로 사귀는 경우도 있다는 점! 목소리와 말투, 생각하는 점이 서로 마음에 들면 외모가 전혀 상관없는 요즘 세대, 놀랍지 않나요?
가장 발전된 형태의 추리게임, <리얼월드 클루>
다인용 추리게임, 즉 예능 '크라임씬'의 게임화를 가장 성공적으로 이뤄낸 리얼월드에서는 2024년을 맞아 새로운 형태의 추리게임인 <리얼월드 클루> 를 선보였어요. 기존에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으로만 진행되던 추리게임을 리얼월드는 온오프라인을 오가는 인터랙티브 게임으로 진화시켰어요. 2024년 2월 5일에 오픈한 <윤익대대 살인사건>은 리얼월드 성수에서 오프라인으로 모여 리얼월드 앱(온라인)과 카드덱(오프라인)을 왔다 갔다 하면서 플레이하는 형태랍니다. 야심한 밤, 장 중령을 죽인 범인을 찾아보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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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의 귀환, 다시 추리의 시대가 열린다
이러한 추리 장르의 흐름을 타고, 2017년까지 방영했던 JTBC 크라임씬 이 2024년 TVING에서 다시 방영을 시작합니다. 무려 7년 만의 복귀인데요, 마치 아서 코난 도일이 소설에서 셜록 홈즈를 죽였다가 독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7년 만에 부활시킨 것처럼, 다들 '크라임씬 리턴즈'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 추리 시장에 또 하나의 바람을 불어넣어 줄 예능 프로그램 '크라임씬 리턴즈' , 그리고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플레이어블 추리 게임, '리얼월드 클루' ! 2가지 갈래를 통한 추리 장르의 대격변을 기대해 봅니다.
다음 주도 유익한 트렌드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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