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니크굿 경험트렌드레터입니다. 구독자 여러분 중에는 영화나 공연을 좋아하는 분도 계실 텐데요, 그렇다면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보는 경우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른바 ’N차 관람’이죠.
웬만큼 한 작품을 좋아하는 ‘덕후’나 '찐팬'이 아니고서야 ‘N차 관람’에 도전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티켓 가격이 비싼 공연의 경우에는 특히나 부담스럽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회차 관람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작품이 왜 팬덤을 형성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경험트렌드레터 19호에서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라는 공연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번 경험트렌드레터에서는 이 공연에 푹 빠져 최근에 상하이까지 직접 다녀온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서는 유니크굿컴퍼니 신사업기획개발팀의 백정현 팀장(이하 정현), 비즈니스그로스팀의 이예지 선임(이하 예지)에 참여하였습니다.
‘슬립 노 모어’란?
‘슬립 노 모어’는 경험하는 공연으로 불리는 ‘이머시브 시어터(Immersive theater)’ 장르의 작품으로, 아시아에서는 현재 상하이에서 상연 중에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를 각색한 이 작품에서, 관객은 배우를 따라다니는 유령이 되어 공연을 감상하는 독특한 형식을 보입니다.
볼수록 빠져드는 '슬립 노 모어'의 매력
Q. ‘슬립 노 모어’를 몇 번 관람했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현 : 저는 7번 관람했어요. 처음 ‘슬립 노 모어’를 접한 건 작년 상하이 출장 때였는데, 두 번 정도 보고 나니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리고 공연 중에 ‘원온원(1-on-1)’이라고 중간에 배우와 1:1로 인터랙션 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이 너무 궁금하고 원온원을 하고 나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 회사 동료들과 함께 다시 다녀왔어요.
예지 : 저는 3번 봤는데요, 원온원을 경험하고 나서 정말 좋아져서 배우와 원온원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부도 많이 했어요. 세 번째 보고 나서는 많이 공연에 스며든 것 같고, 아무래도 상하이에 가야만 공연을 볼 수 있으니까 군대 가는 연인들처럼 애틋해진 것 같아요.
Q. ‘슬립 노 모어’ 티켓 가격이 대략 15만 원 정도인데 부담스럽지는 않았나요?
정현 : 이 공연을 대체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가격은 크게 괘념치 않았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음식이라고 하면 ‘너무 비싼데 다른 음식을 먹을걸’ 하고 비교를 할 수 있을 텐데, ‘슬립 노 모어’는 다른 선택지가 없잖아요. 이거 말고는 똑같은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아예 없으니까, 중국 간 김에 많이 보자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예지 : 저는 조금 부담스럽긴 했어요. 왜냐하면 한 번 봐서 끝나는 게 아니고 여러 번 봐야 하잖아요. 게다가 상하이까지 가야 하니까 항공권, 숙박비까지 추가로 드는 것도 고려해야죠. 이번 여행 비용의 절반 정도가 ‘슬립 노 모어’ 티켓 가격이었어요.
오직 나만을 위한 환상적인 시간, '원온원' 인터랙션
Q. ‘슬립 노 모어’의 매력 중 하나는 배우와 관객 간의 ‘원온원' 인터랙션이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정현 : ‘슬립 노 모어’에는 관객석이 없고, 관객이 배우를 따라다니면서 배우의 시선으로 감상하는 연극이에요. 1시간 동안 그 사람의 인생을 살펴본다고 생각하면 돼요, 저는 가면을 쓰고 유령의 입장에서 지켜보는데 어느 순간 배우가 저에게 손을 내밀어요. 그렇게 배우가 저를 사람들은 못 보는 비밀스러운 방에 데려가서 저만을 위한 연기를 해 주거든요. 남들이 모르는 그 상황을 비밀스럽게 나만이 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고, 내가 배우의 연기를 보는 입장을 벗어나 그 배우가 나를 선택해서 손을 내미는 순간의 짜릿함이 있어요.
예지 : ‘슬립 노 모어’ 공연은 기본적으로 무언극인데, 원온원을 할 때는 대화를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 대사가 조금이나마 스토리텔링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았어요. 몸으로만 표현할 때는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추론만 할 수 있었는데, 대사를 하니까 이 사람의 인생에 대해 조금 힌트가 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원온원 당시 중국어 대사를 들었는데, 중국어를 모르다 보니 뭔가 신비롭게 느껴지고, 비밀을 캐고 싶어서 나중에 ‘슬립 노 모어’를 많이 본 중국 사람한테까지 연락을 해봤어요.
Q.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이나 장면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정현 : 제가 처음 가서 본 인물이 ‘레이디 맥더프’ 역을 맡은 배우였는데, 그 역할이 임산부인데 불쌍하고 약하고 깨질 것 같은 캐릭터였어요. 그런데 ‘슬립 노 모어’는 배우가 한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역할도 맡아요. 다음에 가 보니 그 배우가 ‘레이디 맥더프’의 남편을 유혹하는 ‘섹시 위치’ 역할을 맡고 계신 거예요. 그래서 그 배우가 귀엽다는 생각을 했고, 좋아하는 배우가 되었어요. 이번에 가서도 ‘섹시 위치’ 역할을 맡고 계시길래 쫓아다녔거든요. ‘섹시 위치’가 인기가 많은 캐릭터라서 원온원은 생각 욕심 안 내고 그냥 따라다니고 있는데, 그 배우가 걷다가 휙 돌아보더니 저를 딱 보는 거예요. 그리고 저를 끌어당기더니 목에다가 뽀뽀를 해줬어요.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고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예지 : 저는 처음 따라다닌 캐릭터가 ‘섹시 위치’와 ‘보이 위치’인데 그 두 사람을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로 착각하고 따라다닌 게 기억에 남아요. 이런 실수는 처음 볼 때만 할 수 있는 경험이잖아요. 그리고 ‘레이디 맥베스’역할의 배우가 인상 깊었어요. 매우 아름다운 배우가 역할을 맡았는데 한 루프(공연 회차) 내내 쉬지 않고 춤을 춰요. 현대무용이라서 몸이 막 꺾이고 날아다니는데, 눈앞에서 공연 장면이 펼쳐지니까 충격도 받고 너무 아름다웠어요.
Q. 원온원은 운 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데 어떠셨나요?
예지 : 저는 운 적인 요소가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어쩌면 ‘원온원 티켓’ 같은 걸 팔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는 않잖아요. 운의 요소가 있어서 환상적인 면이 가미되는 것 같고,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배우가 나를 쳐다보며 손을 내미는 순간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물론, 운이 좋지 않을 때가 더 많지만.
정현 : 원온원은 제가 그 배우를 따라서 온전하게 한 루프를 봤을 때 그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요. 놀이공원에서 패스트 패스를 사서 빨리 입장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라 보기 때문이에요. 배우 입장에서도 전혀 모르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자신을 따라다니며 이 캐릭터가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 아는 관객에게 원온원을 하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 2편에서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