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니크굿 경험트렌드레터입니다. 올해 초, 리얼월드는 2024년 대한민국 경험 트렌드를 '질리언(Zillion)'이라는 키워드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질리언'은 규정할 수 없을 만큼의 큰 수를 의히하는데, 소수의 트렌드세터로 형성되는 소비자 시장을 넘어 수많은 사람들이 소통하고 참여하며 만들어내는 맥락과 경험의 풀 스펙트럼을 표현하고자 선정한 이름입니다.
이 '질리언'을 구성하는 7가지 트렌드 중, '나에 의해서 완성되는 이야기,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인기(Leverating the Power of Interactive Content)' 부분에는 '이머시브 시어터'에 관련한 내용이 있습니다. 이 '이머시브 시어터'란 무엇이며 글로벌 트렌드는 무엇일까요?
이번 주는 점차 성장하고 있는 '이머시브 시어터'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이머시브 시어터'란
'이머시브 시어터(혹은 이머시브 공연)'는 무대와 관객 사이의 경계(제 4의 벽)를 없앤 형태의 공연을 의미합니다. 관객이 배우와 직접 소통하며 공연 자체에 더 몰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공연과 차별화되죠. 관객은 무대 밖에서 이야기를 지켜보는 객체가 아닌, 공연 속으로 들어와 직접 이야기를 체험하는 주체가 됩니다.
경험 산업의 선두주자 유니크굿컴퍼니도 2019년에 '몽타주 시퀀스'라는 공연을 기획한 바 있습니다. 관객은 살인사건의 참고인이 되어 형사(배우)와 함께 직접 사건 현장과 용의자를 조사하며 범인을 밝혀야 했죠. 국내에서 시도된 초기 이머시브 시어터 작품으로, 참신한 시도라는 평가와 함께 전석 매진이 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한 번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연극 :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
'슬립 노 모어'의 무대, '맥키트릭 호텔 (McKittrick Hotel)'에 입장한 관객들은 공연의 등장인물을 선택해 쫓아다녀야 합니다. 배우들은 1층부터 6층에 걸쳐 있는 약 100여 개의 방 어딘가에서 ‘살고’ 있고 관객은 가면을 쓴 채로 유령의 되어 그들의 삶을 염탐합니다. 느닷없이 나타난 남자가 당신이 쫓아다니던 인물을 죽일 수도 있고, 당신이 살인범의 뒤를 밟는다면 그가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 알 수도 있습니다. 스무 명이 넘는 배우 중 누구를 따라다니고 어떤 이야기를 볼 지는 오롯이 관객의 선택입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를 각색한 '이머시브 시어터', '슬립 노 모어'는 이처럼 관객을 혼란 속으로 빠뜨립니다. 첫 번째 관람이 끝나고 나서 ‘도대체 이게 무슨 내용이야?’라는 불평이 나올만하죠. 그러나 이 공연의 목적은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배우와 함께 무대를 완성하는 데 있습니다. 온전하게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어쩌면 수십 번을 관람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이런 점이 '이머시브 시어터'가 특별한 이유일 것입니다.
2011년 초연 이후 13년 동안 5,000회 공연, 200만 명의 관람객을 기록한 '슬립 노 모어'는 런던, 보스턴, 뉴욕에 이어 2016년 부터 상하이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상하이 '슬립 노 모어'가 현재까지 아시아 유일의 공연이라고 하니 '이머시브 시어터'를 직접 목격하고 싶은 분이라면 상하이를 방문하셔도 좋겠습니다.
당신은 이미 영화 속에 있다 : '시크릿 시네마 (Secret Cinema)'
환자복을 입은 관객들 사이로 군인들이 바삐 움직입니다. 대기실에 설치된 TV에서는 바이러스 팬데믹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갑자기 실내가 암전 되더니 손전등을 든 의료진이 어서 움직여야 한다고 다그칩니다. 영문도 모른 채 의료진을 따라가니 뒤에서 감염자들이 쫓아오고 있습니다. 경찰과 군인들이 필사적으로 감염자를 막고 있지만 힘에 부칩니다. 과연 이 악몽은 끝날 수 있을까요?
위의 내용은 런던의 이머시브 공연 기획사 '시크릿 시네마'의 '28일 후(28 Days Later)' 공연 내용입니다. 실제 상황이라면 정말로 아찔하겠죠? 이처럼 '시크릿 시네마'의 작품은 관객을 영화 속 장면으로 관객을 몰아넣습니다.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셈이죠.
스스로를 '몰입형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의 선구자들(Pioneers of immersive live entertainment)'라고 표현하는 '시크릿 시네마'는 지난 15년 동안 60여 개의 작품을 기획하며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최근에는 인기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의 애니메이션 '아케인', 마블 스튜디오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 장르의 경계를 넘어 다양하고 독특한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공연 당일까지도 장소를 비밀로 하고, 드레스 코드 등 준비사항까지 챙겨야 하는 불편함은 '불편함 따위'로 만들어버리는 '시크릿 시네마'의 새로운 경험. 어떤 참여자의 후기에 의하면 '너무 색다르고 강렬한 경험이어서, 일반 영화를 보는 게 시시해졌다'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시크릿 시네마'를 만나보길 기대합니다.
이제는 이머시브 테마파크다 : '이머시브 포트 도쿄 (Immersive Fort Tokyo)'
이제 '이머시브 시어터'는 공연장을 벗어나 테마파크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올해 3월 일본 도쿄 오다이바에서 개장할 '이머시브 포트 도쿄'는 '이머시브 테마파크'를 표방하는데요, 2개 이상의 이머시브 체험만으로 구성된 테마파크로는 세계 최초라고 합니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19세기 런던, 에도 시대의 일본 등 다양한 시대뿐만 아니라 '도쿄 리벤저스', '최애의 아이', '제5인격'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과 게임 IP를 활용한 이머시브 공연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많은 부분이 공개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는데, 어떤 경험의 수준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OTT 시대에 부상하는 '이머시브 시어터'의 아이러니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밀려 TV와 영화관도 힘을 잃어가는 시대입니다. 손가락 하나만으로 수많은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지금, 왜 관객을 귀찮게 하는 '이머시브 시어터'에 관객들은 자신의 돈과 시간을 지불하는 것일까요? 스크린 밖에서 이야기를 지켜보는 걸 넘어, 직접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망의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24년 더욱 성장할 '이머시브 시어터'를 기대하며 다음 주에도 더욱 새롭고 재미있는 소식으로 찾아오겠습니다.